HOP#01

신재은

HOP 작품 시리즈

무분별하게 복제되고 맹목적으로 한 방향을 향해 달려나가는 토끼들을 통해 우리가 현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던 획일화된 감성을 드러내고 비꼬려 한다. 포토샵 투명창에 겹겹이 복제되어 얹혀진 토끼 이미지와 무한 복제 가능한 인쇄 방식으로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조형화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토끼는 별주부전과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영악한 선두주자처럼 보이지만 우매한 결과를 낳는자를 말하고 있다.

작가노트:

나는 작업을 통해 도시와 자연, 형식과 내용, 겉과 속이 맞부딪히는 가운데 현대 문명의 허상 그리고 위태롭고도 탐욕적인 인간 욕망에 관한 냉소적인 풍자, 해학, 성찰들을 담아내고자 한다.

작업을 주로 프로젝트로 진행하기에 각 프로젝트마다 적합한 매체와 기법을 조합하여 실험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전시 공간의 고유 특성과 구조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작업 맥락으로 흡수시키는 설치 방식을 연구한다. 단순히 오브제를 공간에 배열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전시 공간을 재해석하여 공간과 작품이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설치 단계를 중요시 하며, 공간 자체에서 조형적 긴장감이 느껴지도록 구성하는데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또한 관람 동선을 작품의 맥락과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연극 무대 감독과 같은 태도를 취하며 공간 전체를 조형하기도 한다.